(펌글) 초등교사가 생각하는 특수아동과 일반학교 (장문)

오늘 주호민 작가 관련 재판 결과가 나왔다.누군가는 통쾌하다고, 또 누군가는 안타깝다고 느낄 것이다.그런데 사실, 특수아동 문제는 여러분의 생각보다 조금 더 어렵고 불편한 문제다.

나는 초등교사다. 경력은 10년이 넘어, 이제는 베테랑 대열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반에도 특수아동이 여럿 있다. 올해 맡은 아이들은 다행히 크게 힘들게 하지는 않고, 귀여운 면도 많은 편이다.

물론 이렇게 순한 아이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작년에 맡았던 특수아동은 좀 더 어려움이 있었다.고함을 지르고 물건을 던지기도 했으며, 2학기에 접어들어서는 교사를 공격하는 행동도 보였다.1학기 초부터 나는 아이가 특수학교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학부모 상담 시간에 특수학교 전학을 권유했다.

싸늘한 눈빛이 돌아왔다. 당연히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어머니께서 불편한 기색으로 물으셨다. 그래서 솔직하게 대답했다.

`제 동생이 중증 자폐입니다.`

오래전 이야기다. 당시에 나와 내 동생은 같은 초등학교에 다녔다. 처음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이내 문제가 생겼다. 내 동생에게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나까지 덩달아 왕따를 당했다. 처음에는 짓궂은 장난 수준이었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왕따는 심각해졌다. 나는 장애인이 아니었음에도 `장애인 형제`라고 불리곤 했다.

어른들에게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언젠가 복도를 지나가는데 한 선생님께서 나를 부르셨다. `박 OO 형 맞니?` `네.` `이번에 백일장에서 상 받았다며?` `네.` `너는 멀쩡하네? 희한하다.`

`장애가 옮을 수도 있다.`, `부모가 죄를 지으면 장애아가 태어난다.` 이런 무지한 말을 하는 사람들이 그 때는 참 많았었다.

그러다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왕따 문제에 있어서는 나도 점차 무뎌졌고, 무엇보다 좋은 친구들을 사귀면서 극복해 나가고 있었다.

진짜 문제는 동생에게 있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동생의 몸에서 폭행의 흔적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평소 우리 가족은 욕설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데, 동생이 집에서 전에 없던 욕설을 반복하자 한 가지 가설에 이르게 되었다. `누군가가 동생에게 욕을 하고 때린다.` 당연히 동생의 담임 선생님과 면담했지만, 기가 막힌 답변만이 돌아올 뿐이었다.

`OO이가 맞을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요?`

그날 어머니께서는 참 많이 우셨고, 결국 다음 달에 동생은 특수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그 후로 동생의 몸에서는 더 이상 폭행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고, 어디서 배워왔는지 모를 욕설도 사라졌다.

주호민 씨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우리 가족 역시 동생을 일반 학교에 보내려고 노력했던 경험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장애아동의 형제로서, 그리고 초등교사로서 나는 통합학급(장애아동이 일반학급에 함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정말 신중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일반 학급에 아이를 두는 것이 정말 그 아이를 위한 일인지, 아니면 부모의 욕심은 아닌지 한 번쯤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것이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린 결론이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얼마나 많은 분이 읽어주실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교직 생활을 하면서 만난 교사들 대부분은 좋은 분들이었다.

전교조든 교총이든, 소속과 관계없이 오늘도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가르치고 계시리라 믿는다. 그러니 학교와 교사들에게 한 번 더 따뜻한 믿음을 보내주시길 바란다.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사회 구성원들의 응원과 지지이기 때문이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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