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처럼 인성+무능력 / 인성씹창+일잘러를 비교하면 후자가 낫다는 글을 봤는데
내가 전자의 상사밑에서 일해본 적은 없지만 후자의 밑에서 일해본 적은 있어서 글을 쓴다
코로나 이전으로 쌩신입으로 입사할 회사를 찾고 있던 중이었는데
마침 회사 공고가 있었는데 급여조건이 좀 이상했음
보통 회사내규 이딴식으로 적어두는데 이상할정도로 `세전얼마`를 공개해둔 회사였거든
심지어 연봉이 적지도 않고 다른 회사 대리급~과장 월급인데 요구조건도 외국어능통 외에는 없었다
당연히 경쟁은 치열했고 어쩌다보니 내가 입사하게 되었음
그리고 부서배치 직전에 총무가 말하길
`거기 이사님이 좀 불같긴한데… 잘해봐요`
난 왜 신입이 이사를 조심해야하는지 몰랐지 어차피 이사랑 대화할 일이 없을거라고 생각했거든
실제로 부서배치를 받아보니 부서에 사람이 없었다
사람이 적었다라는 의미가 아니라 부서에 이사 + 나 2명이 끝이었다는 말임
사무실에 책상은 존나 많은데 이상할정도로 이사 혼자 앉아있었음
나는 썡신입이었기에 아는게 없었는데 이사에게 뭘 물어봐도 내가 널 가르칠 짬이냐고 거절당했기 때문에
뭐 궁금한게 있으면 옆부서 대리를 찾아갔다
하지만 대리가 아무리 잘가르쳐줘도 그래봐야 다른부서였기에 충분하지 않았고 이사에게 물어보면 개쌍욕을 먹으면서 배웠음
월급이 많으니까 울면서 버텼는데 6개월정도 지나니까 어느새 내가 이사에게 노트북을 집어던지고 서로 멱살잡는 상황까지 갔음
그렇게 사직서를 썼는데 그때 총무에게 들은 내용은 아래와 같다
`원래 그 부서도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급들이 다 있었다
하지만 이사가 부하직원들이 하는게 마음에 들지 않았고 자기가 직접하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거의 6인분의 업무를 혼자서 완벽하게 처리해낼정도로 일을 잘했다
물론 부하직원들도 자기 업무를 하려고 했지만 이사눈에는 헛점이 많았고 그걸로 쌍욕을 하자 하나둘 나가버리기 시작했다
계속 경력직을 뽑고 신규도 뽑았는데 다들 오래 못버티더라
개붕씨도 일해봐서 알지않냐, 사실상 그 부서는 이사혼자서 해도 굴러간다
자잘한 서류도 이사가 직접하고 영어랑 중국어도 잘하니까 업체소통도 문제없다, 심지어 휴가를 쓰지도 않는다
하지만 회사는 그렇게 원맨쇼를 해서는 안되는 곳이라 계속 사람을 집어넣었는데 버티질 못한다
그래서 신입위주로 넣어봤는데 개붕씨가 지금 6번째 신입 퇴사자다`
뭐… 실제로 이사는 정말로 일을 잘했다
부서의 모든 업무를 혼자서 한다는 것이 가능한가?
가능….했다
휴가도 퇴근도 없이 회사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주6일 풀야근을 하면서 일을 하던 사람이었거든
그리고 책상에 `화내지 말자, 타인을 신뢰하자, 여유를 갖다`라는 문구를 붙여두며 정신과 약을 먹으면서까지 일하던 사람이었다
나를 끝으로 회사는 그 이사를 해고…라기보다는 이사에게 사직서를 받았다고 한다
듣기로는 회장이 사람잡아먹는 귀신이라고 챙겨줄 때 사직서 쓰라고 했다는데
사실 나는 그 사람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고싶지 않다
그 사람 밑에서 6개월 일하고 회사를 그만둔 후 다른 회사에 지원하기까지 회복하는데 6개월이 걸렸으니까.
어쨌든 다시 이야기를 원점으로 돌리자면
인성파탄 일잘러 밑에서 일하면 회사에서 오래 살아남게 해준다는 말은
인성파탄을 만나보지 않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낭만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