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온다더니 이민단속 요원 들이닥쳐…환기구서 13시간 숨어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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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에서 만난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현장 직원들은 충격과 당혹, 안타까움과 회한 등 만감이 교차하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당시 단속으로 공장에서 약 2시간 거리인 포크스턴의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소에 수감된 300여 명의 한국인과 달리 시민권, 주재원 비자(E-2) 등을 소지해 풀려났던 직원들이다.

 

한국 기업의 직접 투자액 총 147억 달러(약 20조 원)로 ‘조지아주 역사상 최대 규모’, ‘미국에 대한 한국 기업투자의 상징’ 등 수식어가 따라 붙었던 이 곳에서 수 백명의 동료들이 한 순간에 ‘범죄자’가 되어 끌려가 버린 것이 실감나지 않는 듯 했다.

 

ㅡ4일 아침 분위기가 어땠나.

 

“평범한 하루였다. 원래 그날 LG에서 VIP들이 온다고 했던 날이다. 우리가 일하는 곳은 ‘드라이룸’이라고 해서 방진복을 입고 들어가는 핵심 설비인데 그날 공장을 찾을 임원진들의 명패와 의자들이 놓여있었다. 평소처럼 옷이랑 신발을 개인용 가방 안에 벗어 넣고 방진복을 입고 있는데 오전 10시가 좀 지나 우릴 나오라고 하더라. VIP가 오셨나 했는데 분위기가 이상했다. ”

 

ㅡ뭐가 이상했나.

 

“우리가 메고 다니는 가방에 옷과 컴퓨터 등 개인 짐이 있는데 다 두고 신분증, 핸드폰. 지갑만 챙기라는 거다. 무슨 일이지 했는데 벌써 입구에 ‘HSI(국토안보수사국)’가 적힌 조끼를 입은 요원들 대여섯 명이 보였다. ”

 

ㅡ깜짝 놀랐겠다.

 

“어리둥절했다. 그 사람들이 한 명 한 명에게 묻는 첫마디가 ‘미국 시민이냐, 비자냐’였다. 그래서 시민이라고 했더니 이름을 묻더라. 여권을 만든 적이 있냐고도 물었다. 자기들 기기로 내 이름과 생년월일을 입력하니 그 자리에서 바로 내 여권 화면이 떴다. 확인이 되고나니 초록색 글씨로 ‘CLEARED TO DEPART(출발 허가)’이라고 적힌 종이를 줬다. 나중에 생각하니 이게 ‘살생부’의 생부였다.”

 

ㅡ공장엔 왜 그렇게 ESTA 소지자가 많았나.

 

“제대로 된 비자로 오려고 아무리 준비를 해도 정말로 비자가 나오질 않았다. 동료 중에 E-2 비자를 받기 위해 세 번 신청했는데 계속 떨어진 사람도 있었다. 오죽하면 1000만원을 들여 미국 이민국 출신인 미국 변호사 통해 겨우 E-2 만들어 왔다는 사람도 있었을 정도다. 투자는 했고, 공장은 지어야 하는데 공장 건물을 지을 사람(미국인 일용직 노동자)도 없고, 설비를 깔 사람(숙련된 엔지니어)도 없었다. 공기는 정해져 있는데 비자가 안나오니 사정 급한 기업들이 계속 비행기 값 내며 ESTA로 75일씩 사람을 돌려 쓴 것이다. 그 정도 투자를 했으면 공장 완공 때까지만이라도 필수 인력에 대한 비자 발급 약속을 받았어야 했는데 우리 정부가 그걸 놓친게 너무나 아쉽고 화가 나는 부분이다.”

ㅡ붙잡힌 대다수가 협력업체 소속이다.

 

“현대나 LG와 달리 협력업체들은 정말로 비자 받기가 너무 어려웠다. 이름만 대면 아는 회사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ESTA로 (서배너 지역을) 들어오는 인원이 너무 많아지니까 올해 ESTA로 2번 들어오려는 이들은 대부분 입국 거부 판정을 받았다. 공항에서 60명이 한꺼번에 되돌아간 적도 있다. 급기야는 거부를 피하려 올랜도나 텍사스, 뉴욕 쪽으로 입국한 이들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평생 다시 미국 못 올 각오로 불법체류를 감수하면서 일단 들어온 인원들이 ESTA로 버티며 완공을 마무리하려 한 부분도 있었던 상황이다.”

 

ㅡ단속 위험은 감지 못했나.

 

“작년과 올초 ICE가 뜰거라는 소문이 돈 적이 있긴 하지만 실제 그런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 난리가 난 날 신기하게 청소를 담당하던 라틴계 직원들이 아무도 출근을 안했더라. 라틴계는 자기들끼리 연락망이 아주 좋다. 미리 알고 있었던 것 같다.”

 

ㅡ공장은 어느 정도 지어진 상태인가.

 

“건물은 현대엔지니어링이, 내부 설비는 LG에너지솔루션이 발주해 짓고 있었는데 건물 자체는 95% 완성이다. 설비 쪽은 50% 정도였다. 공기를 맞추기 위해 수개월간 주·야간조로 새벽 3, 4시까지 2교대로 일했다. 막판 스퍼트를 위해 LG에너지솔루션에서도 엔지니어 중심 최정예 부대가 다 들어와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 이렇게 됐으니 공장을 누가 마무리하겠나. 미국에는 이걸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ㅡ앞으로 어떻게 될까.

 

“다음날 공장에 갔더니 주인을 잃은 직원들 가방들이 수십 개 씩 널브러져 있더라. 남은 직원들끼리 한 명 한 명 이름표를 확인해 회사별로 모아뒀는데 그걸 볼 때마다 몹시 참담한 심정이다. 잡혀간 직원들 뿐 아니라 남은 직원들도 허탈한 건 마찬가지다. 빨리 공장을 지어주고 (현지 인력으로) 굴러갈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었는데 이렇게 돼 황망하다. 곧 출국하거나 떠나려는 직원이 많다. 직원들이 살던 숙소들도 다 비었고 렌트카도 반납할 게 수백 대다. 오늘 곧 떠날 직원이 ‘파이브 가이즈 햄버거’를 먹어보고 싶다고 해서 점심으로 먹었다. 맛있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몇 달 동안 밤낮으로 일하느라 한번도 먹지 못했다고 한다. 마음이 아프다. ”

 

 

 

 

 

 

공장 마무리 거의 다 됐던거 같은데 저거 누가 마무리하냐 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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