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살이었다 중3
초여름이라 밤공기가 적당히 시원한 밤이었다
아버지는 가족들하고 외식하는결 무지 좋아하셨다
갈비와 회를 좋아하셨는데 한번은 3주 연속 갈비를 먹으니 엄마가 한 소리 하셨다
그랬더니 회를 먹으러 갔다 어떤 회를 먹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난다
내 기억엔 오징어 회 같은데 무튼 뭔가 회를 먹었고 아버지는 술을 드시다가
첫 술은 부모에게 배우는 것이 맞다며 회 소독도 할 겸 소주 한잔을 주셨다
그리고 그 한 잔에 바로 알딸딸해진 기억이 난다
다음날이 토요일이었는데 마침 CA 시간도 없는 날이었다
그니까 격주로 하던 놀토에 딱 걸리던 날이라서 기분 풀게 집 가서 자려고 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나랑 PC방에 갔다가 집에 간다고 말하곤 데려가셨다
아버지는 스타를 잠 좋아하셨는데 프로토스 유저셨고 4:4 현터 공방을 좋아하셨다
1:1이면 로스트템플을 좋아하셨는데 게이트웨이를 스컵하고 포지부터 지어서 포토를 2기 많게는 3기도 지으신 후
음! 하고 만족하시며 게이트를 짓는 극 수비적인 플레이를 하셨다
평소 서로 집에서 스타를 하면 옆에서 가만히 지켜만 보다가 아이고! 하고 훈수 두던 부자는 처음으로 1:1을 하게 되었다
당시의 나는 `전략 시물레이션 부`라고 해서 CA 시간에 피시방에 가 담당 선생님하고 스타를 했는데
첫날에 선생님한테 핵을 날려서 찍힌 놈이었다
아버지 = 선생님 동급으로 보고 게임을 했는데 5판을 해서 5판을 모두 졌다
너무 기가 찬 나는 하지도 않던 저그를 꺼내들었고 아버지는 흠칫하며 너 저그도 할 줄 아냐? 라고 하신 기억이 있다
그렇게 나는 4드론을 갈겨버렸다
포지고 나발이고 4드론을 맞으신 아버지께서는 딱 한 마디 하셨다
상도덕 없는 새끼-
그럴게 나는 주말 내내 상도덕 없는 새끼한테 물도 떠주지 마라, 국도 주지 마라, 어디 라면에 손을 대냐 등등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월요일에 집에 오며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치토스를 사다드리고서야 아들 취급을 제대로 받을 수 있었다